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를 달성하는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전망입니다. 지난해까지 2027년에는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이번 예측에서는 무려 2년이나 미뤄져 2029년에야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악화와 구조적 저성장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IMF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2025년 4월 발표 자료를 통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약 3만4642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지난해보다 4.1% 감소한 수치입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20년 3만3653달러였으나, 2021년 3만7518달러로 증가한 뒤 2022년에는 3만4822달러로 하락한 바 있습니다. 이후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예상치는 오히려 3년 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보다 늦어진 4만달러 시대
IMF는 한국의 1인당 GDP가 내년에는 3만5880달러, 2027년에는 3만7367달러, 2028년에는 3만8850달러로 점진적으로 증가한 뒤, 2029년에 4만341달러로 4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불과 반년 전인 2024년 10월 IMF 전망치와 비교했을 때 크게 후퇴한 수치입니다. 당시에는 2027년에 4만1031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2029년에는 4만434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습니다.
이번 수정 전망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지속되는 고물가, 글로벌 긴축 기조, 환율 불안 등 복합적 요인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 한국 추월 예상
더 주목할 점은 대만과의 격차 변화입니다. IMF는 내년부터 대만이 1인당 GDP에서 한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대만의 1인당 GDP는 2023년 3만3437달러, 2024년 3만4426달러, 2025년 3만6319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2029년에는 대만과 한국 모두 4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나, 대만이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2030년이 되면 다시 한국이 대만을 소폭 제칠 것으로 전망되었습니다. 한국은 4만1892달러, 대만은 4만124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IMF는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대만은 앞으로도 치열한 경제력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과의 격차는 유지될 듯
일본의 경우, 이미 2022년에 한국에 1인당 GDP를 추월당했습니다. IMF는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3956달러, 내년 3만5653달러를 기록한 뒤 2029년에는 간신히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2030년에도 일본은 한국과 대만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 경제는 오랜 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고령화, 엔화 약세 등의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와 비교해 한국과 대만은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과거에 비해 성장 모멘텀이 약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성장률 둔화가 가장 큰 변수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1.0%, 내년 1.4%로 소폭 회복한 뒤, 2027년 2.1%, 2028년 2.1%, 2029년 1.9%, 2030년 1.8%로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만은 올해 2.9%를 시작으로 매년 소폭 하락하지만 2%대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일본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매년 0.6%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뒤, 2029년과 2030년에는 0.5%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런 수치는 각국의 경제 체질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단순한 추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한국은행도 IMF 전망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존 1.5%였던 성장률 전망이 1.0% 수준으로 대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보다 0.4%포인트 낮은 -0.2%로 발표되면서,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같은 일회성 부양책도 일부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의 무역 마찰,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이 더 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낙관은 어려워 보입니다.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전략 필요
이번 IMF 전망은 단순히 숫자 하나의 변동이 아닙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직시하게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성 둔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 자체는 하나의 이정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입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할 때입니다. 교육, 연구개발(R&D), 혁신 생태계 조성, 그리고 기업 환경 개선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2029년이라는 목표 연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정체기에 머무를지는 지금부터의 전략과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